
‘스테이블코인 거래액이 급증했다’는 숫자를 보면 실제로 물건을 사거나 해외로 송금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에 기록된 돈의 이동에는 교환, 대출, 거래소 내부 이동도 함께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한 번으로 세었는지에 따라 같은 시장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2026년 9월 나온 국제결제은행(BIS) 연구와 비자(Visa) 온체인 통계의 재집계 사례는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보여 줍니다. 이번 글은 가격 전망보다 코인 사용량·결제 확산 뉴스를 읽는 기준에 초점을 맞춘 해설입니다.
확인 기준: 2026년 10월 6일(한국시간) · BIS 9월 15일 연구 및 Visa 9월 18일 변경 내역, 6월의 선행 연구를 함께 검토했습니다.
전송액, 조정 전송액, 실제 용도가 분류된 결제액은 서로 다른 지표입니다. 통계가 줄어도 이용자가 갑자기 떠난 것인지, 집계 방식이 바뀐 것인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숫자의 크기만큼 기간·체인·단위·제외 기준이 중요합니다.
거래액이라는 말에 서로 다른 숫자가 들어 있다
Visa 대시보드는 조정 여부와 별도로 결제, 탈중앙화금융(DeFi), 거래소 이동, 투자·거래, 가치 저장 등의 용도를 나눕니다. 따라서 ‘조정됐다’는 표시만으로 모든 금액을 소비자의 구매액이라고 읽을 수는 없습니다. 주소의 주체와 용도 분류에도 추정이 들어갑니다. Visa 지표·방법론
직접 만든 단순 예를 보겠습니다. 100달러 상당의 토큰이 A 지갑에서 중간 지갑으로, 다시 B 지갑으로 이동하면 두 번의 전송 합계는 200달러가 됩니다. 하지만 B에게 도착한 자금은 100달러입니다. 수수료와 환율 변화를 생략한 예이며, 실제 모든 거래를 이런 방식으로 나누라는 뜻은 아닙니다.
비트코인 전송가치는 집계법에 따라 최대 6배 차이
BIS가 9월 15일 발간한 Hidden by complexity?(Working Paper 1377)는 비트코인 전송가치 추정치가 집계 방식에 따라 최대 6배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2009~2026년 자료를 이용해 모든 출력값을 더하는 방식, 송신 주소로 돌아가는 값을 빼는 방식, 거스름돈을 보수적으로 추정하는 방식을 비교했습니다. BIS WP1377 원문, 10~12쪽
비트코인은 은행 계좌처럼 잔액에서 보낼 금액만 단순히 차감하는 구조와 다릅니다. 사용하지 않은 금액 덩어리인 UTXO를 사용한 뒤, 상대에게 보내는 몫과 자신에게 돌아오는 거스름돈을 새로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이 거스름돈까지 새 경제적 거래로 더하면 숫자가 커집니다.
예를 들어 수수료를 생략하고 1 BTC 중 0.2 BTC를 보낸 뒤 0.8 BTC를 돌려받는다면, 출력 합계는 1 BTC여도 상대에게 보낸 금액은 0.2 BTC입니다. 현금 1만 원을 내고 2천 원 물건을 산 뒤 8천 원을 돌려받는 장면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다만 실제 데이터에서는 어느 출력이 본인 거스름돈인지 항상 확정할 수 없습니다. 논문의 보수적 추정치도 수학적으로 보장된 하한은 아닙니다. ‘비트코인 거래가 전부 6배 과장됐다’거나 ‘대부분 가짜 거래다’라는 결론으로 바꾸면 연구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스테이블코인 전송 약 60%가 복합 거래 안에 있었다는 뜻
같은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본 6월 11일 BIS 연구 The anatomy of stablecoin transactions(WP1359)는 2025년 한 해 이더리움 메인넷의 USDT·USDC·PYUSD를 분석했습니다. 대상은 약 1억 4,131만 거래, 약 2억 4,142만 스테이블코인 전송입니다. BIS WP1359 원문, 4~5·14~17쪽
한 번 실행된 거래 안에 토큰 교환, 대출, 유동성 공급 등의 여러 단계가 묶일 수 있어 두 비율이 달라집니다. 복합 거래가 전체 거래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그 안의 전송 기록 비중이 더 큰 것입니다.
59.96%의 분모는 전송 이벤트 수입니다. 금액의 비율도, 전 세계 모든 체인의 비율도 아닙니다. 이 수치로 ‘결제액의 60%가 허위’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단순 전송으로 남은 기록도 모두 상품 구매라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복합 금융거래에도 실제 경제적 기능이 있으며, 연구의 초점은 그 용도를 정확히 구분하는 데 있습니다.
비자 통계가 줄어든 날, 실제 사용도 줄었을까
Visa 대시보드의 2026년 9월 18일 변경 내역은 조정 거래액이 데이터 전체 재집계 뒤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주소 식별 범위가 넓어지고 단기 경유 자금 등을 찾는 규칙이 보강되면서, 조정 지표에서 빠지는 활동이 늘었습니다. 조정 거래 건수도 소폭 줄었지만 감소 폭은 2% 미만이었다고 설명합니다. Visa 9월 18일 변경 내역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존 기록을 다시 분류해도 통계값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 사례를 통계 비교에 적용해 보면, 바뀌기 전 화면과 바뀐 후 화면을 그대로 비교해 측정 개선을 시장 위축으로 잘못 읽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제외 기준이 느슨해지거나 대상 체인이 늘어난 경우에는 실제 신규 수요 이상으로 증가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Visa는 조정 거래 안에서도 250달러 미만을 ‘소매 규모(Retail Sized)’로 구분합니다. 금액 기준이므로 ‘실제 상점 구매가 확인된 거래’와 같은 뜻으로 쓰면 곤란합니다. Visa 소매 규모 지표의 정의
사용량이 늘었다는 뉴스에서 확인할 다섯 가지
아래는 자료를 읽을 때 적용할 수 있도록 정리한 체크리스트입니다.
- 무엇을 세었나: 거래 수, 전송 이벤트 수, 달러 전송액 가운데 어느 지표인가요? 같은 ‘거래량’이라는 단어라도 단위가 다를 수 있습니다.
- 어느 범위인가: 특정 체인·토큰의 결과인가요, 여러 체인을 합친 결과인가요? 과거 표본을 오늘의 시장 전체처럼 설명하지 않았나요?
- 무엇을 제외했나: 본인 지갑 이동, 거래소 내부 이동, 발행·소각, 자동화 활동에 어떤 규칙을 적용했나요?
- 비교 기준이 같나: 기간·통화·대상 체인·분류 버전이 같나요? 최근 데이터 수정으로 과거 값도 바뀌었나요?
- 사업 성과가 이어지나: 이용량 외에 반복 고객, 실제 수수료, 비용 절감, 상환·정산 성과가 확인되나요?
예를 들어 어떤 서비스가 ‘전송액 두 배’를 발표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대상 체인이 늘었는지와 기존 고객의 반복 사용이 늘었는지를 나눠 보면 성장의 성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유료 이용과 수익 구조를 확인해야 투자 판단에 필요한 연결고리가 생깁니다. 이는 특정 기업의 실적에 대한 주장이 아니라 뉴스를 점검하는 방법입니다.
숫자가 작아져도 더 쓸모 있는 통계일 수 있다
온체인 데이터의 장점은 기록을 확인하고 다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기록을 실제 경제활동으로 해석하려면 누가, 어떤 목적으로, 몇 단계에 걸쳐 자금을 움직였는지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큰 숫자 하나보다 정의가 공개되고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는 지표가 시장을 읽는 데 더 유용합니다.
스테이블코인 결제 확산을 평가할 때는 총전송액과 용도별 결제액을 함께 보세요. 코인이나 관련 기업을 살펴볼 때는 그 사용이 토큰 수요 또는 사업 수익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한 단계 더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BIS Working Papers는 저자들의 연구이며 BIS나 회원 중앙은행의 공식 견해를 반드시 대변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교육·정보 제공용 해설입니다. 개별 자산의 매수 권유나 가격 전망이 아니며, 가상자산에는 가격 변동과 원금 손실 위험이 있습니다.